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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이 되어가는 새벽이다. 오늘은 대학발표가 나는 날이라서 혹시나 조기발표가 되진 않았을까 들어가 보았더니 역시나 나있었다. 난 매번 그랬듯이 또 불합격이다. 3배수 이내에 들지도 못해 예비번호도 받지 못했다. 이번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매번 생각하지만 이변은 없다. 나도 불쌍하지만 이런 나를 서포트해주는 가족들은 무슨 죄인가 싶다. 요즘 우리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다시 살고 싶다고 한다. 엄마도 이젠 많이 지친 것 같다. 힘이 든다. 벗어나고 싶다. 이런 말을 해온지 벌써 몇년이 흘렀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나만 이런 생각하는거 아니고 남들도 다 똑같다고 한다. 그런데 아니다. 누가 내 사정 알기라도 하나 내 내면을 들여다 봐주기라도 했나. 아무도 그래준 적이 없고 나 또한 이젠 바라지도 않는다. 바래도 됐던 사람인 남자친구한테도 처참히 버림받은 나여서 이젠 아무한테도 그 어떠한 기대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고 기댈 필요조차 못 느끼는 내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중에 얼마나 큰 상을 주시려고 난 이렇게 힘들걸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 생각 하는 것 조차도 너무 힘이 든다. 중학교 다니면서 선생님께 대놓고 차별당한 것, 고등학교 다니면서 빰 맞아가면서까지 지키려 들었던 친구관계, 남자들한테 꼬리치지 말라는 소리 들으면서 그리고 공부 못한다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도록 막았던 선생님들께 예의바르게 행동하려고 했던 것 모두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벌 받는다고 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그러길 바랬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사람들은 날 기억도 못한채 잘 살고 있고 난 적어도 나처럼은 살지 않는 그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살고 있다.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꼬여버렸는지 그 지점을 찾고 싶다. 왜 나만 왜 우리가족만 이렇게 안되는지 이 세상이 원망스럽다. 수능보고도 이런 마음이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발버둥쳐서 결국에 도착한 곳은 원래의 자리였다. 그래서 지금 이런 나의 마음이 얼마 못가서 수그러들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당장은 너무 지친다. 나에게도 반짝이는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 나의 행복이 아니다. 나의 노력의 결과라기보단 우리 가족의 행복이었으면 그 노력의 대가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족들한텐 더이상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다. 나보다 더 힘들 것을 안다. 그 외에는 아무도 없다. 내가 인간관계 지키려 얼마나 애를 썼는데 그런 나에게 지금 아무고 남아있지 않다. 그러니까 애써 웃을 필요도, 양보하고 배려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난 진심이었는데 남들에겐 다 가식이었다. 이렇게 망가져버린 내가 다시 일어설 날이 올지 잘 모르겠다. 눈부시는 순간이 오긴 할까. 혹여나 오더라도 우리 엄마아빠는 나의 그 모습을 봐줄 순 있을까. 그때 우리 가족이 없으면 난 아무 의미가 없다. 친구가 필요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분명히 그럴 날이 올거라고 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소중한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에게 기대지말고 하나님께 기대라는 말이 나의 재수때 가장 많이 들려온 말씀이다. 그런데 지금 나에겐 그런 직접적인 말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반짝이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 우리가족이 행복할 날이 오면 좋겠다. 돈 걱정없이 가족의 옷을 사줄 날이 오면 좋겠고 나의 소중한 가족이 영원히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이렇게 못난 내가 성공해서 우리 가족을 웃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선장

2018년 1월 17일 오전 10:41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명히 올겁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순서가 와요  어떤 사람은 빨리오고 어떤 사람은 조금 늦지만 분명히 순서가 있는것 같습니다. 아마 님도 분명히 올 거예요 그때 지금 느꼈던 마음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드시 될 겁니다 아직 젊자나요 많은 시간이 있고 기회도 분명히 찾아 올겁니다.

alis****

2018년 1월 17일 오후 6:27

너무 진솔한 글이라 답글답니다
저는 삼수생의 엄마였습니다
저렇게 노력하는데 왜 결과가 나쁠까 싶었고,
끝이 있기는 한걸까 싶었습니다
늘 건강하던 아들이 여기저기 아프고,
침울해져서 많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올해 결국 좋은 결과가 났습니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재수때는 열심히 하지않았고, 그때는 자신이 열심히 한다고 착각했었답니다
많은 친구들이 좋은대학으로 진학하고,
부러워하면서 속상해하기싫어서
SNS를 접고 공부에만 몰두했습니다
결국 노력하는 사람에게 결과가 주어집니다
삼수가 괴롭지만, 꼭 수능을 위해서라기보다
길고긴 인생에서 어쩌면 인간적으로 단단해질 기회가 되기도합니다
우선은 힘들겠지만 다시한번 도전하시되,
감정소비를 할만한 인간관계를 당분간 정리하시고, 스마트폰도 없애기 권합니다
분명 내년에는 좋은 소식 전할수 있게되리라 믿습니다

쓰담

2018년 1월 17일 오후 11:39

인생을 길게 살진 않았지만 그냥 지나칠수 없어 댓글을 남겨요. 사실 길게 보면 수능이 정말 인생에 전부일까요? 대학이 10대에서 20대로 가는 가장 큰 시험이죠. 그리고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큰 또는 10대의 최종 목표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과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은 모두 다 불행할까요? 그렇지 않을거에요. 저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갖고 지냅니다. 수능이 가장 큰 벽 같았지만 넘어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였어요. 막연하게 대학만 가면 행복할 수 있다 생각하면 분명 대학교에 들어섰을때 또 다른 난관에 부딪치게 될지도 몰라요. 쉽진 않겠지만 너무 부담과 무거운 마음으로 20대 초반을 길게 쓰지 않길 바랍니다.. 그 시기가 길어지면 다시 돌아갈 수 없고 힘들다면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시도해도 좋아요. 꼭 그게 최종 목표가 아니니 고생했다고 다독여주고 쉬어주세요. 그리고 다시 한번 시작해보시고 안된다면 포기하셔도 좋아요. 그건 실패가 아닙니다 새롭게 행복해질 기회를 얻기 위한 길이에요.

쓰담

2018년 1월 17일 오후 11:53

또 인간관계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는 말도 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10대일때 친구들과 많이 부딪치고 상처받고 괴로웠던 날들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그런 상황이 모두 저로 인한거라 생각하며 자책했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다 잃고 한명 뿐이였고 그로 인해 새로운 친구를 만날 기회에서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지경까지 갔었어요. 그런데도 제게 손내밀어주며 지난 제 상처들을 보듬어주는 친구들도 만나게 되더라구요. 지긍까지도 그친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어요. 그 후 마인드는 많이 달라졌어요 인간관계 너무 중요하지만 본인을 잃으면서 유지하는 관계는 옳지 못한 일이였던거죠. 본인이 힘든 관계를 애써 유지하지 않아도 돼요. 나와 잘맞는 사람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괜찮아요. 지금 당장 그런 사람 조차 없다고 한다면 그것도 걱정 말아요. 대한민국에서 나와 잘맞는 사람이 왜 없겠어요? 아직 만나지 못했을뿐 좋은 인연은 반드시 와요. 

&

2018년 1월 18일 오전 1:28

안녕하세요! 어제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도 안오고그래서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에 메모장에 쓴 일기를 쓰고 글을 올린 21살 여학생입니다. 재수생이라는 신분은 사실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아서 학생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부끄러운 것 같아요ㅠㅠ먼저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가족들에게는 말하기 미안하고 친구들에겐 더이상의 짐을 주고 싶지 않고 그 친구들에게 혹시나 이런 나약한 친구로 낙인찍힐 것이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위로받은 기억도 너무 옛날이고 그래서 위로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글을 올렸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이렇게 정성을 다해 답해주시는 것 보고 많이 감동을 받았어요. 머리로는 알지만 기다리는 것이 이젠 너무 힘이 들어서 지쳐있었어요. 그런데 @선장님께서 얘기해주신 것처럼 때를 기다리고 주어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리고 @alis****님이 말씀해주신 것 명심하고 다시 마음잡고 공부해보겠습니다. 외고를 나와서 재수 결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너무 상했어요.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고 재수하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생각을 했는데 저도 이제와 돌이켜보니까 더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한번 더 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고 이겨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쓰담님 정말 감사합니다. 공부가 다가 아닌 것은 알지만 저 자신도 약간 공부만 하면서 살아왔고 너무 거기에 얽매여 있던 것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수고했고 쉬어가도 된다 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실패가 아니라고 해주신 것도 인간관계에 대한 희망을 주신 것도 너무 감사합니다. 
SNS에는 이런 글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올리는 성격도 아니지만 누군가 저의 이런 모습을 보는게 꺼려져서요ㅠㅠ그런데 많이 공감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또 한번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약간의 새벽감성의 글이긴 했지만 저의 진심이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잘 이겨낼게요:)

선장

2018년 1월 18일 오전 9:41

긍정적인 마음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으시는 것 보니 분명히 앞으로 잘 될거예요   이런 답글을 보니 제가 더 힘이 나네요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