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사를 앞두고 얼마 남지 않은
근무일을 채우러 출근했었다.
은행 오픈 준비를 마치고
한숨 돌리며 앉아있었는데
늘 아침마다 인사하는 청소부 아줌마는
여전히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다.
늘 근무시간에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옆집 이모같은 인상을 주시던 아주머니는
“OO씨 퇴사한다면서 이직하는 곳도
너무 좋다고 들었는데 근데 너무 아쉽다.”
“OO씨가 가면 누가 내 말동무 해주나?”
라는 말과 함께 집에서 만들었다며
나에게 건네주시는 약밥 하나에
나는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습관처럼 감사하단 말을 할 수도 없었는데
그 말이 또 막 불편하진 않았다.
말동무를 핑계삼아 아쉬워 하시는 아주머님에겐
기족에게나 느끼는 죽도록 어색하고
간지러운 마음만 있을 뿐.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뒷통수가 간지러운 과한 친절들을
뻔뻔하게 누리던 삶을 잠시 접고
내일을 기약하는 보통의 삶 속에서
내가 다시 그런 불편한 친절을
느낄 수 있을까 스스로 다시 한 번 되뇌게 되더라
그것이 얼마나 사소하고,
가슴 뜨거운 행운이었는지.